반려동물

인간을 위한 실험 후 버려지는 동물들, 반려동물로 다시 태어나는 감춰진 여정

yejiverse 2025. 7. 21. 22:35

세상에는 인간의 건강과 생명을 위해 보이지 않는 곳에서 희생당하는 동물들이 있다.
그 중 많은 이들은 우리가 익숙하게 접하는 개, 고양이, 토끼, 기니피그, 비글 같은 반려동물들이다.
이들은 제약회사, 대학 연구소, 국가기관 등의 실험실 안에서 의학적·과학적 실험 대상으로 사용되고,
실험이 끝난 뒤 대부분은 죽음 또는 방치라는 운명을 맞이한다.

하지만 최근 들어 일부 동물은 ‘희생자’가 아닌 또 다른 삶의 주인공, 즉 ‘반려동물’로 다시 태어나고 있다.
이전에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실험동물의 구조와 입양
점차 제도화되면서, "두 번째 기회"를 얻는 사례들이 국내외에서 늘고 있다.

그렇다면 이들은 어떻게 구조되고, 어떤 과정을 통해 입양되며, 우리는 그들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

 

반려동물로 다시 태어난 실험견 비글이 엎드려 있는 사진

 

실험동물, 누구이고 어디서 오는가?

어떤 동물이 실험에 사용되나?

한국에서 동물실험에 사용되는 종은 주로 마우스, 랫드, 토끼, 개(주로 비글), 고양이 등이다.
그중 비글견은 유순하고 통제가 쉬우며, 중형견으로 실험 효율이 높아 ‘실험견의 대표 품종’으로 불린다.

이들은 대부분 공인된 동물 공급업체를 통해 ‘실험용 동물’로 특별하게 생산되어 연구기관에 납품된다.
유기동물이 실험견으로 가는 경우는 과거에 많았지만, 현재는 제한되었거나 금지되었다.

실험이 끝난 후, 남겨지는 삶

실험이 종료된 후 실험동물의 운명은 대부분 정해져 있다.
‘안락사’, 또는 ‘사용 후 폐기’라는 방식으로 연구 데이터와 함께 실험동물은 사라지는 존재로 취급된다.

하지만 일부 기관에서는 "해가 되지 않고 회복이 가능한 실험동물"에 한해
구조→회복→입양이라는 새로운 여정을 시도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사용되는 반려동물 종류

동물 주된 실험 분야
개 (특히 비글) 약물 독성 실험, 내분비계 실험, 장기이식 연구
고양이 신경계 실험, 청각/시각 연구
토끼 안과(눈 자극), 피부 자극, 백신 테스트
기니피그 호흡기 질환, 알레르기 반응 연구
쥐/생쥐 유전자 조작, 종양학, 면역학, 백신 개발
개·고양이는 ‘반려동물’로 분류되지만, 실험실에서는 실험동물로 취급돼 다른 법적 기준 적용됨.

 

반려동물이 사용되는 주요 실험 분야

의약품 독성 실험 (Toxicology Test)

  • 대부분 비글견이 사용됨
  • 신약이나 화학물질을 장기간 투여해 체내 흡수, 분해, 배출, 장기 손상 등을 관찰함
  • 주로 간, 신장, 심장, 폐, 위장관 기능에 미치는 영향 분석

실험 방식 예시:

  • 약물 지속 투여 → 채혈 → 장기 생검 → 사망 후 부검
  • 피부·점막 자극을 보기 위한 국소 적용 실험 포함

백신 및 면역반응 실험

  • 개, 고양이, 토끼 등에게 백신 또는 바이러스 균주를 투여하고 면역 반응 분석
  • 부작용, 항체 형성, 면역 지속성 등을 실험함

특히 동물 전염병 백신(예: 광견병, 코로나19 동물백신 등)
혹은 사람 대상 백신도 일부 단계에서 중형 동물(비글, 기니피그 등)을 활용함.

신경계 및 뇌 연구

  • 고양이와 개는 시각, 청각, 운동 반사 등 중추신경계 연구에 사용됨
  • 실험 방식에는 전기 자극, 두개골 절개, 전극 삽입 등이 포함됨

동물권 단체들이 가장 심각하게 비판하는 분야 중 하나이며, "신체적 고통이 극심하고 회복이 어렵다"는 이유로 윤리 논란이 큼

심혈관계 및 내분비계 질환 연구

  • 개는 고혈압, 당뇨, 심장 질환 실험 모델로 자주 활용됨
  • 특정 질환을 유발한 후 약물 치료 실험
  • 심장에 직접 기구 삽입, 수술 후 반응 관찰 등이 포함됨

장기 이식, 외과적 수술 훈련용 실험

  • 의과대학·수의대·제약회사 등에서 장기 절제, 이식 수술, 기관 삽입 등을 연습하기 위해 사용
  • 실험 후 대부분은 회복 없이 폐기 처리됨

제품 안정성 실험 (화장품 등)

  • 과거에는 토끼, 기니피그, 개 등에 화장품, 샴푸, 세정제, 염료 등을 사용해
    피부, 눈, 호흡기에 대한 자극 반응을 확인했음
  • 현재 대한민국은 2018년부터 동물대체시험을 권고하고 있고, 완전 금지는 아니지만 줄어드는 추세

 

왜 ‘비글’이 실험견으로 가장 많이 사용되나?

  • 유순하고 공격성이 낮음
  • 신체 구조가 균일해 실험 표준화에 유리
  • 중형견이어서 내장기관 관찰 및 시술이 용이
  • 집단 사육이 가능해 실험군 편성에 효율적

하지만 이로 인해, 비글은 전 세계 실험실에서 가장 많이 희생되는 반려견 품종이 되었다.
그만큼 구조·입양 사례도 대부분 비글이 중심이 되는 이유다.

 

실험에 사용된 반려동물의 사후 처리

  • 대부분의 실험동물은 실험 후 안락사 혹은 폐기
  • 국내에서는 일부만 구조·입양 연계 가능 (극히 제한적)
  • 사후에 생체 조직 분석, 해부, 보존 처리까지 이뤄짐

 

실험동물 보호에 관한 국내 제도

항목 내용
관련 법 「실험동물에 관한 법률」, 「동물보호법」 일부 적용
실험윤리 기준 3R 원칙 (대체 Replace, 축소 Reduce, 완화 Refine)
규제 대상 일정 규모 이상 실험실만 관리감독 받음
한계점 소규모 기관, 대학 실험실, 개인 연구는 규제 미비
 

 

실험견에서 반려동물로, 되살아나는 과정

1단계: 구조 요청과 협력

  • 연구기관이 직접 구조를 허용하거나,
  • 동물보호단체가 협약을 통해 폐기 예정 동물을 구조
  • 보통은 비공개적으로 진행됨

2단계: 심리적·신체적 회복 훈련

  • 실험동물은 사람을 두려워하거나, 배변·식사조차 제대로 못하는 경우가 많음
  • 몇 주~몇 달 간 재사회화 훈련, 건강검진, 중성화 수술 등 진행

3단계: 입양 매칭

  • 개별 성격과 건강 상태를 고려해 신중한 입양자 선정
  • 실험견은 일반 반려견보다 적응력이 낮거나 트라우마가 있어 보호자의 이해와 인내가 필수

4단계: 사후 모니터링

  • 입양 후 3개월, 6개월, 1년 단위로 정기 점검
  • 동물복지단체와 보호자가 긴밀히 협조해야 안정적인 적응 가능

 

실제 국내 사례

사례 1: 비글구조네트워크의 활동

  • 국내 대표적인 실험견 구조 단체
  • 삼성서울병원, 서울대 수의대 등과 협약을 맺고 실험 후 비글견 구조 및 입양 진행
  • 지금까지 수백 마리의 실험견을 반려동물로 전환하는 데 성공

사례 2: 국회에서 구조된 실험견 '콩이'

  • 국회에 반입된 실험용 비글견 2마리 중 1마리 구조
  • 시민의 높은 관심을 받아 현재는 일반 가정에서 반려견으로 건강히 생활 중

 

해외는 어떻게 하고 있을까?

🇩🇪 독일

  • 동물실험 종료 후 대상 동물을 최대한 입양하거나 보호소에 위탁
  • 실험기관이 입양 의무를 지니며, 이를 어길 경우 행정제재 있음
  • 동물복지법이 인간의 실험 이익보다 상위에 존재

🇬🇧 영국

  • 3R 원칙(Replace, Reduce, Refine)을 법적으로 의무화
  • 실험 후 생존 가능한 동물은 정부 인증 보호소에 반드시 위탁
  • **Royal Society for the Prevention of Cruelty to Animals (RSPCA)**가
    실험견 입양 프로그램을 주도

🇺🇸 미국

  • 일부 주에서는 실험견 입양을 의무화 (예: 캘리포니아, 네바다)
  • 비글프리덤프로젝트(Beagle Freedom Project)와 같은 NGO 단체들이 수천 마리의 실험견을 구조하여 입양 연계
  • 실험 후에도 구조 및 치유 중심의 정책 확대 중

 

우리가 할 수 있는 일

할 수 있는 행동 설명
실험동물 구조단체 후원 정기후원, 물품후원, 치료비 지원 등
입양 신청 실험견 입양에 대한 인식 확산
제도 개선 촉구 “실험동물 입양 의무화” 국민청원 등 참여
정보 공유 SNS, 블로그 등을 통한 실험견 이슈 확산
 

인간을 위한 실험이, 그들에게는 또 다른 시작이 되기를

사람의 생명을 위한 실험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동물의 고통과 희생이 당연시되어선 안 된다.

실험을 위해 희생된 동물들이 있다면, 그중 일부는 살아서 사람과 함께 다시 살아갈 수 있어야 한다.
단지 "쓸모가 끝난 생명"이 아니라, "누군가의 소중한 가족"으로 다시 태어날 기회를 줘야 한다.

인간이 이들의 삶을 빼앗았다면, 그 생명의 두 번째 여정은 사람의 손으로 다시 시작되어야 한다.
그것이 우리가 그들에게 줄 수 있는 최소한의 존중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