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투팩 설계가 바꾸는 전기차 배터리 효율의 미래
전기차 시장은 매년 성장세를 보이고 있지만, 여전히 소비자들의 가장 큰 관심사는 주행거리와 배터리 효율입니다. 기존 전기차 배터리 구조는 셀(Cell) → 모듈(Module) → 팩(Pack)으로 이어졌습니다. 모듈 단계를 거치면 안정성은 높아지지만, 그만큼 불필요한 공간과 무게가 발생해 효율은 떨어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등장한 기술이 바로 셀투팩(Cell to Pack, CTP) 설계입니다. 셀투팩은 모듈 단계를 아예 제거하고 셀을 곧바로 팩에 배치하는 구조입니다. 이를 통해 같은 부피에서 더 많은 에너지를 담을 수 있고, 결과적으로 전기차 주행거리 증가와 제조 원가 절감을 동시에 실현할 수 있습니다. 단순한 구조 개선처럼 보이지만, 셀투팩은 전기차 산업 전체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는 중요한 혁신입니다.
전기차 배터리 셀투팩 설계의 장점과 한계
셀투팩 설계의 가장 큰 장점은 에너지 밀도 향상입니다. 모듈이 사라지면서 같은 크기의 배터리 팩에 더 많은 셀이 들어가고, 이는 주행거리 증가로 이어집니다. 동시에 불필요한 부품과 조립 공정이 줄어들어 원가 절감이 가능해집니다. 이는 전기차 가격 경쟁력 강화에 직접적으로 기여합니다. 또한 부품이 줄어든 만큼 무게도 감소하여 전기차 전체 효율이 향상됩니다. 그러나 단점도 존재합니다. 셀들이 밀집 배치되면서 열 관리 문제가 심각해질 수 있습니다. 발열이 집중되면 배터리 수명 단축이나 화재 위험으로 이어질 수 있기에 첨단 냉각 기술이 반드시 병행되어야 합니다. 또 다른 과제는 수리와 유지보수의 어려움입니다. 모듈 단위가 존재하지 않으므로 특정 셀만 교체하기 힘들고, 고장이 발생하면 전체 팩을 교체해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셀투팩 설계는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동시에, 안전성과 유지보수 측면에서 새로운 해결책을 요구하는 기술입니다.
글로벌과 한국 3사의 전기차 배터리 셀투팩 적용 사례
세계 배터리 시장에서는 이미 셀투팩 설계가 적극 도입되고 있습니다. 중국 CATL은 CTP 3.0 기술을 통해 LFP 배터리와 셀투팩을 결합, 가격과 안전성을 동시에 확보하며 테슬라 모델 3에 공급 중입니다. BYD의 블레이드 배터리 역시 셀투팩 기반으로, 좁고 긴 셀을 일렬 배치해 안정성과 화재 안전성을 강화한 성공 사례로 꼽힙니다.
한국 기업들의 행보도 주목할 만합니다.
한국 배터리 3사는 셀투팩 설계를 단순히 따라가는 수준이 아니라, 각자의 강점을 활용해 차별화된 전략을 구사하고 있습니다.
먼저 LG에너지솔루션은 고에너지밀도 파우치 셀을 기반으로 한 셀투팩 구조를 최적화하고 있습니다. LG는 팩 하우징의 불필요한 보강재를 줄이고, 셀 적층 구조를 정밀하게 설계해 내부 공간 활용을 극대화하는 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특히 전고체 배터리 상용화를 대비해 셀투팩과 전고체 기술을 결합할 수 있는 플랫폼을 개발 중입니다. 이는 충돌 안전성과 열 안정성, 장기 수명 확보까지 고려한 전략으로, 향후 현대차의 전기차 차세대 모델에 적용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LG는 또한 배터리 팩을 차량 플랫폼과 일체화하는 셀투차체(CTC) 전환도 준비하면서, 글로벌 시장에서 선도적 입지를 강화하고 있습니다.
삼성SDI는 프리미엄 전기차 시장에 특화된 셀투팩 전략을 펼치고 있습니다. 삼성SDI의 강점은 각형 셀입니다. 각형 셀은 구조적으로 안정성이 높아 셀투팩 설계와 결합했을 때 충격 분산 효과와 안전성을 동시에 높일 수 있습니다. 삼성SDI는 여기에 열폭주 억제 기술과 고내구성 소재를 적용해 안전성을 강화하고 있으며, 특히 BMW와의 협력 프로젝트에서 셀투팩 기반 배터리를 공급하기 위한 테스트가 진행 중입니다. 삼성은 프리미엄 세단·SUV 시장을 타깃으로, 안정성과 고성능이라는 두 가지를 균형 있게 추구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습니다.
SK온은 장거리 주행과 고출력 전기차 시장을 겨냥해 셀투팩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SK온은 고전압 셀과 첨단 냉각 기술을 결합해, 실제 주행거리 700km 이상을 목표로 하는 배터리를 선보였습니다. 특히 멀티 패스 냉각 채널과 고전도 Gap-filler, 셀 간 단열재를 활용해 장거리 주행이나 급속 충전 상황에서도 열 편차를 최소화하고 있습니다. SK온은 미국 포드와 합작법인을 설립해 셀투팩 기반 배터리를 공동 개발 중이며, 현대차에도 셀투팩 설계가 적용된 배터리를 공급할 계획입니다. 이를 통해 SK온은 고성능 스포츠카·SUV와 같은 대용량 배터리 수요 시장에서 CATL, BYD와는 다른 포지셔닝을 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LG는 전고체 결합, 삼성SDI는 프리미엄 안전성, SK온은 고성능·장거리 주행을 내세워 셀투팩 시장에서 자신들만의 영역을 구축하고 있습니다. 한국 3사의 전략은 단순한 기술 개발을 넘어, 글로벌 완성차 업체와의 긴밀한 협업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큽니다. 이는 곧 한국 배터리 산업이 셀투팩과 차세대 기술 경쟁에서 글로벌 표준을 선도할 가능성을 보여주는 사례라 할 수 있습니다.
전기차 배터리 셀투팩 이후의 기술 진화와 전기차 미래
셀투팩은 현재 전기차 효율을 크게 끌어올리는 중요한 기술이지만, 업계는 이미 그다음 단계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그것이 바로 셀투차체(Cell to Chassis, CTC) 설계입니다. 배터리를 단순히 팩에 넣는 수준을 넘어, 자동차 차체 구조 자체에 배터리를 통합하는 방식으로, 무게 절감과 공간 활용도 개선은 물론 안전성까지 크게 강화될 수 있습니다. 여기에 전고체 배터리 기술이 결합되면, 기존 리튬이온 전기차와는 전혀 다른 차세대 전기차가 탄생할 것입니다. 결론적으로 셀투팩 설계는 현재 전기차 배터리 효율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하고 있으며, 향후 셀투차체와 전고체 배터리로 이어지는 혁신의 가교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소비자 입장에서도 앞으로는 단순히 브랜드나 디자인이 아니라 어떤 배터리 설계가 적용되었는가가 전기차 선택의 중요한 기준이 될 것입니다. 따라서 셀투팩은 전기차 효율을 높이는 기술적 혁신일 뿐만 아니라, 글로벌 자동차 산업의 판도를 바꾸는 핵심 열쇠라고 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