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을 키운다는 건 단지 먹이를 주고, 잠자리를 제공하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보호자는 생명에 대한 책임을 지는 존재이며, 이 책임은 신체적 보호뿐만 아니라 정서적, 사회적 요구까지 포함된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여전히 많은 보호자들이 반려동물을 장시간 방치하거나, 외로움 속에 내버려두며도 학대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방치가 실제로 동물의 건강과 정신에 치명적인 해를 끼치고 있음에도 법적으로는 ‘학대’로 분류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동물보호법은 해마다 개정되고 있지만, 정서적 방치나 구조적 무관심 같은 ‘비가시적 학대’에 대한 규정은 여전히 모호하거나 누락된 채다. 이 글에서는 실제 반려동물 방치 사례와 현행 동물보호법의 한계를 살펴보고, 어디까지가 학대인지, 또 어떻게 제도를 개선해야 하는지 함께 고민해 본다.

반려동물 ‘방치’란 정확히 무엇인가?
방치는 물리적 폭력 없이 이루어지는 소극적 학대다.
구체적으로는 다음과 같은 형태가 있다:
- 장시간 외출 시 창문도 없이 닫힌 방 안에 동물을 두는 행위
- 배변패드나 물그릇, 사료를 수일간 방치해 더럽혀진 상태 유지
- 심리적 접촉 없이 기계적으로 돌보는 ‘무관심 양육’
- 질병, 부상 상태를 알면서도 병원에 데려가지 않는 행위
이러한 행동들은 반려동물의 심리적 위축, 분리불안, 자기 파괴 행동(털 뽑기, 벽 긁기, 자해 등)을 유발할 수 있다. 그러나 많은 보호자는 “학대는 때리는 것”이라 오해하고, 방치된 동물의 고통을 인지하지 못한다.
실제 발생한 방치 사례
사례 ①
서울 관악구의 한 아파트에서 생후 4개월 된 고양이가 사흘 동안 창문도 없는 화장실에 갇힌 채 발견됐다. 보호자는 장시간 외출을 하며 고양이를 좁은 공간에 격리시켰고, 환기나 물 공급조차 없었다. 구조 당시 고양이는 탈수와 공포로 눈조차 제대로 뜨지 못한 상태였다.
하지만 경찰은 ‘의도적인 학대’ 증거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처벌하지 않았다.
사례 ②
경기 고양시에서는 한 1인 가구가 개를 집에 남겨둔 채 5일간 여행을 떠났다. 개는 화장실에 갇힌 채 사료와 물이 모두 바닥난 상태로 발견됐고, 바닥에는 자기 배설물과 피가 섞인 흔적이 남아 있었다.
지자체는 행정처분 없이 견주에게 경고만 발송했다.
사례 ③
SNS에 자주 올라오는 ‘나혼산’ 영상 콘텐츠 중 일부에서는
혼자 집에 남겨진 반려견이 10시간 이상 TV 앞에 멍하니 앉아 있는 모습이 나온다. 이런 행동은 단순히 귀엽게 보일 수 있지만, 사실상 심각한 분리불안 증상이다.
하지만 영상 속 보호자나 시청자는 이를 학대 행위로 인식하지 않는다.
동물보호법상 방치는 ‘학대’인가?
현행 「동물보호법」 제8조에 따르면 동물 학대의 정의는 다음과 같다.
“목적 없이 동물을 죽이거나, 상해를 입히거나, 정당한 사유 없이 신체에 고통을 주는 행위”
물리적 폭력 중심의 조항이며, ‘방치’나 ‘정서적 고통’은 직접적으로 명시되어 있지 않다.
이로 인해 다음과 같은 사각지대가 생긴다:
유형 | 법 적용 여부 |
물·사료 미제공 | 학대로 인정 |
좁은 공간 장시간 격리 | 사례별로 다름 (증명 어려움) |
외부와 단절된 방치 | 명확한 법적 기준 없음 |
정서적 접촉 부재 | 학대로 간주되지 않음 |
질병 방치 | 치료 의무 불이행 시에만 가능 |
즉, 방치는 법적으로 “고의성”과 “증명력”이 없으면 처벌이 어렵다.
게다가 단순 무관심으로 보이기 때문에 수사기관에서도 우선순위가 낮다.
해외 사례는 어떻게 다를까?
독일 – "동물은 생명이다"
- 독일 헌법은 “동물은 물건이 아닌 생명”이라고 명시
- 보호자가 동물을 장시간 외출 시 관리 방안을 미리 수립해야 함
- 반려견을 하루 4시간 이상 혼자 두는 것도 처벌 대상
영국 – “동물 복지 5대 자유”
- 동물에게는 정서적 안정, 자연스러운 행동권, 고통으로부터의 자유가 보장됨
- 법적으로 ‘적절한 사회적 상호작용 부족’도 학대 행위로 처벌 가능
미국 일부 주 – 감정적 학대도 법 적용
- 뉴욕, 캘리포니아 등에서는 장시간의 무관심 또는 극도의 외로움을 유발하는 사육 방식도 동물 학대로 분류
제도 개선을 위한 제안
‘방치’에 대한 명확한 정의와 학대 조항 신설
- 단순 ‘물리적 고통’뿐 아니라 ‘심리적 고통’도 법적 판단 기준으로 포함해야 함
CCTV 확인으로 ‘학대’ 증명 요건 완화
- 방치 여부 판단에 있어 반려동물 행동 영상 분석을 적극 반영
방치 행위에 대한 행정조치 세분화
- ‘경고 → 과태료 → 보호명령’ 단계별 대응 도입
- 1인 가구, 고령 보호자 등 실질적 보호 능력 검토 제도 도입
지자체의 ‘동물 학대 예방팀’ 구성 의무화
- 경찰이 아닌 동물복지 전문 인력이 선제 대응할 수 있도록 구조 변경
보호자 대상 반려동물 인식 교육 확대
- 펫샵·입양센터에서 판매·분양 시 ‘방치도 학대’임을 알리는 법정 의무교육 제도화
무관심도 학대가 될 수 있다
폭력이 없어도 고통은 존재한다.
보호자가 시간을 내지 못해, 혹은 관심이 부족해 반려동물이 고립과 외로움, 방치 속에서 살아간다면,
그것은 분명히 또 다른 형태의 학대다.
한국의 동물보호법은 아직 물리적 상해에 집중돼 있고, 정서적 복지나 심리적 고통에 대한 조항은 극히 미약하다.
이제는 ‘무엇을 하지 않았느냐’도 책임이 될 수 있는 구조를 만들 필요가 있다.
우리가 반려동물을 가족이라 부른다면, 그 책임은 ‘같이 살아가는 태도’에서 출발해야 한다.
반려동물 학대 신고했는데 무혐의라고?
최근 반려동물을 키우는 인구가 1,500만 명을 넘어서며, 학대에 대한 사회적 관심도 함께 높아지고 있다.
길거리에서, 이웃집에서, 혹은 SNS에서 반려동물이 고통받는 장면을 보고 시민들이 경찰이나 지자체에 신고하는 경우도 급증하는 추세다. 하지만 분명히 눈으로 봤고, 소리로 들었으며, 감정적으로 분노했던 상황조차 실제로는 ‘무혐의’로 끝나는 경우가 허다하다.
많은 시민이 궁금해한다.
"왜 저건 명백한 학대 같은데도 처벌되지 않는 걸까?"
"동물보호법은 있긴 한 건가?"
실제로 반려동물 학대 신고 중 상당수는 증거 불충분, 법적 해석의 한계, 혹은 제도적 허점으로 인해 기소 조차 되지 못하거나 무혐의 처리된다. 이 글에서는 우리가 납득하기 어려운 이 현실의 이유를 구체적인 사례와 법적 구조를 통해 파헤쳐보자.
학대 신고 건수는 늘고 있지만, 처벌은 여전히 드물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2023년 기준 동물 학대 신고는 4,356건에 달하지만,
실제 형사처벌로 이어진 사례는 약 3.1%에 불과하다. 그 중 ‘무혐의’ 처분 비율은 70% 이상.
"명백한 학대인데 왜 무혐의?" 주요 이유 5가지
① 명확한 영상·사진 등 물리적 증거 부족
- 학대는 현행범이 아니면 처벌이 매우 어렵다.
- 영상이 흐릿하거나, 고통을 증명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경찰이 “증거 불충분”으로 판단.
- 실제 사례: 서울 강서구의 한 반려견 보호자가 개를 짧은 목줄에 묶고 하루 종일 방치. 이웃이 사진과 영상으로 경찰에 신고했지만, 경찰은 “고통이 발생한 물리적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내사종결.
② 동물의 ‘고통’을 객관적으로 입증하기 어려움
- 법은 학대의 기준을 ‘신체적 고통’으로 규정.
- 그러나 동물은 말을 못 하고, 고통을 객관적으로 설명해줄 수 없다.
이로 인해 수의학적 소견서, 정형적 행동(예: 자해, 짖음 등)이 없다면 경찰과 검찰은 사건을 범죄로 판단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③ 가해자의 ‘고의성’ 입증이 관건
- “모르고 했다”, “훈육이었다”, “실수였다”는 진술이 나오면 형사처벌이 힘들다.
- 실제로 다음과 같은 경우는 ‘학대’가 아닌 ‘훈육’으로 해석되는 경우가 많음:
- 발로 개를 찼다 → "흥분해서 훈육한 것"
- 물통을 엎었다 → "화가 나서 실수"
- 입마개 없이 맹견 방치 → "잘 몰랐다"
법적으론 '고의'로 동물에게 피해를 입혔는지 여부가 중요하고, 가해자가 이를 부인하면 기소조차 어려운 구조.
④ CCTV·SNS 증거도 ‘직접 증명력’이 약함
- SNS 영상이나 이웃의 제보만으로는 법정에서 증거 능력이 제한됨
예: 반려견을 바닥에 여러 차례 내리찍는 영상이 SNS에 퍼졌지만, 가해자가 “영상은 연출된 것이고 실제로는 부상이 없었다”고
주장해 검찰이 증거 불충분으로 불기소 결정
⑤ 동물보호법 자체의 구조적 한계
- 동물보호법 제8조(학대 금지)는 물리적 학대는 다소 구체적이나, 정서적 방치, 소극적 학대, 고통의 범위는 불명확하다.
조항 | 문제점 |
제8조 1항 | “정당한 사유 없이 신체에 고통을 주는 행위” → 정당성 판단 주관적 |
제14조 | 수사기관이나 지자체 단속 권한이 애매하여 신속한 대응 어려움 |
벌칙 조항 | 대부분 벌금형, 실형은 거의 없음 |
해외는 어떻게 다를까?
영국 – "동물 복지법 2006"
- 학대뿐 아니라 돌봄 의무 위반도 범죄로 간주
- “사회적 접촉 부족”, “정서적 스트레스 유발 환경”도 학대로 인정
독일 – "헌법에 동물 존중 명시"
- 헌법에 ‘동물은 물건이 아닌 생명체’로 명시
- 학대 범위가 넓고 경찰의 수사 의무 강제 조항 있음
미국 일부 주
- 뉴욕·캘리포니아: 반려동물 학대가 가정폭력의 한 형태로 간주, 피해동물 보호조치와 보호명령 함께 시행
실질적인 대안은 무엇일까?
1. 학대 정의 확대
- ‘고통’ 기준을 신체적 + 정서적 + 환경적으로 법적으로 명확히 규정해야 한다.
2. 가해자 고의성보다 ‘결과 중심’ 판단 기준 도입
- 실제 피해가 확인된다면 "고의였는지 아닌지"보다 결과에 따른 처벌 우선 구조로 개선해야 한다.
3. 증거 기준 완화 및 수의학적 소견 연계
- 학대 의심 시 수의사 소견을 신속히 확보할 수 있도록 지자체와 연계 시스템 구축한다.
4. 학대 전력자에 대한 등록제 도입
- 아동학대와 마찬가지로 동물 학대 이력자는 반려동물 소유 제한 필요하다.
처벌받지 않는 학대는 사라지지 않는다
"학대가 아니래요."
"영상으로 봤는데도, 법적으로는 어렵대요."
이런 현실이 반복되는 이유는
동물보호법이 아직도 ‘물건’ 기준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이다.
눈앞에서 누군가 고통받고 있다면,
그게 사람이든 동물이든 우리는 ‘같이 살아가는 존재’로서
제대로 보호받을 수 있는 법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지금 이 순간에도 학대받는 동물이 처벌받지 않는 구조 속에 있다는 사실을 외면하지 말자.
'반려동물'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인간을 위한 실험 후 버려지는 동물들, 반려동물로 다시 태어나는 감춰진 여정 (1) | 2025.07.21 |
---|---|
반려동물과 장애인의 삶이 만들어낸 진짜 동행 이야기, 그리고 도우미견과 함께 하는 삶 (0) | 2025.07.21 |
반려동물 진료비 비교해보니… 과잉진료인가, 정당한 치료인가, 과잉진료 판별법 (0) | 2025.07.21 |
반려동물과 대피소에 갈 수 있을까? 우리나라 현실 대안은? (0) | 2025.07.21 |
반려동물 보호자가 유기동물을 발견했을 때 꼭 해야 할 일 (2) | 2025.07.18 |